지난 연재에서는 거버넌스 패밀리에 대해서 살펴보았다. 이번 연재를 통해서는 거버넌스 속성을 갖추지 못해 거버넌스 패밀리에서 제외된 여러 유형의 거버넌스들을 모두 ‘거버넌스의 가지들’로 묶어서 이들의 공통적인 특성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가지라는 표현은 거버넌스 패밀리에 속한 것들을 최상위인 기업(corporate) 거버넌스에서 파생된 줄기로 간주했을 때, 이 패밀리에 속하지 않은 것들로 줄기에 대한 상대적인 표현이다. 사실, 지금까지 사용된 거버넌스간의 관계 설정은 다양한 수식어가 사용되어 왔다. 예를 들어, IT 거버넌스를 기업(corporate) 거버넌스의 필수 요소(integral part)로, 거버넌스 가지들 입장에서는 IT 거버넌스가 자신들의 ‘foundation 근원’ 혹은 ‘superset’ 으로, 그리고 거버넌스 가지 스스로는 IT 거버넌스의 ‘Catalyst 촉매제’, ‘Subset 부분집합’, 혹은 ‘a specialized form 특별한 형태’ 등의 대표적 표현들을 찾아 볼 수 있다. 한편, 다른 입장에서는 가지에 해당하지만 일부 가지에 대해서 IT 거버넌스의 ‘Extension 확장’ 이라는 주장을 펴기도 한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문제는 앞으로도 이러한 현혹적인 표현으로 관심을 끌려는 가지들이 계속 생겨날 것이라는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근원적인 관계를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우선, 이들을 추상화하여 비교하는 접근 방식을 이용할 것이다. 다행히도 수많은 X-거버넌스들을 추상화시켜 분류하기에 적당한 표현이 있다. 그것은 그림 22-1(연재 22회, 그림 1)에서 표현한 거버넌스가 다루어야 하는 영역의 수평적 관계에서 양쪽 끝을 나타내는 성과(performance) 및 순응(conformance)과 달리 수직적 관계에서 바라본 것이다. 수직적 관계에서는 그림 24-1에서 보듯이 통제 역할(controlling roll) 대 실질적 역할(active roll)로 (동시에 의사결정 통제(decision-making control) 대 실행 통제(exercising control)로) 양분이 가능하다. 물론, 이들은 그림처럼 상하의 양끝에 위치하지는 않는다.

이러한 수직적 관계에서 판단 기준이 되는 것은 아래 부분에 위치한 가지들도 어느 정도는 실질적인 역할을 인정하더라도 줄기들이 지닌 속성들을 일부분일지라도 상속을 받아 포함하고 있어야 거버넌스로써의 지칭이 가능하다는 사실이다. 그러한 속성들로는 스튜워드십(stewardship), 경영자 관리, 지배적인 감독 등 지금까지 누차 강조해온 거버넌스 원리(principles)의 포함 여부, 그리고 전략 연계, 가치 전달, 자원 관리, 성과 측정, 그리고 위험 관리 등 중점 영역과의 복합적 연관성이 해당된다.

다음 판단 기준은 ‘거버넌스는 프로세스이다’라는 명제 하에 IT 거버넌스 생명주기를 통해서 차이점을 살펴보고자 한다. 한마디로 표현해서, 공정들이 모두 합쳐진 전체 프로세스가 아닌 개별 공정만으로는 거버넌스로 인정하기에는 불충분하다. 이를 비유적으로 설명하면, 코끼리의 코, 입, 귀, 몸통, 다리, 꼬리 등이 모두 모여야 코끼리라 부르지만, 제각각은 코끼리의 코, 코끼리의 입, 코끼리의 다리에 불과한 것이다. 물론 경우에 따라서는 거버넌스 프로세스에 속한 부프로세스 (sub-process)도 하나의 독립적인 프로세스로 볼 수도 있음을 인정하지만, 불필요한 언어의 유희로 본질이 왜곡되는 것은 경계하기로 한다.

생명주기의 통합성 기준과 더불어 그림 24-2에서 우리가 주목할 중요한 판단 기준은 관련된 거버넌스 목적 달성 여부이다. 예를 들어서, 전략 연계에 해당하는 행위일지라도 지시(direct) 자체가 아니라 지시를 얻기 위한 준비 과정이라면 그것을 거버넌스 활동이라 할 수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시할 수 있는 주체는 누구인가? 조직 내에서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이사회 또는 집행 임원(executive management)이다. 그렇기 때문에 IT 거버넌스를 이들의 책임으로 정의하고 있는 것이다.

참조 그림: IT 거버넌스 연재 18회, 그림 5, IT governance framework

참조 그림: IT 보증 연재 1회, 그림 1, 조직의 계층 구조

참조 그림: IT 보증 연재 1회, 그림 2, 내부 통제 활동의 단계적 이행

그렇다면, 거버넌스가 이사회의 전유물인가? 반드시 그렇지 않다. 이사회 직속 IT 전략 위원회가 상설 조직으로써 대행할 수도 있고, 조직의 사정에 따라서, CIO 가 역할을 대신할 수는 있으나, 어떠한 경우에도 진정으로 거버넌스 목적을 달성해야 하는데, 이사회가 직접 참여하지 않는 대부분의 가지들은 거버넌스 목적 달성이 보장되지 않을 것으로 쉽게 예상할 수 있다. 그러한 이유에서 이사회가 참여하지 않은 거버넌스 프로세스 성숙도는 최하위인 Level 1으로 밖에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다음은 통제 프레임워크와 거버넌스 프레임워크의 구분을 통해서 차이점을 구분하고자 한다. 이것은 위의 관점과 어느 정도 중복된 면도 있으나, IT 거버넌스 컨설팅을 위한 올바른 방향을 고찰한다는 의미에서 필요하다.

그림 24-3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는 통제 프로세스(그림에서 ‘가’)와 IT 거버넌스 프레임워크(그림에서 ‘나’)가 외형은 비슷하지만, 뚜렷한 차이점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IT 거버넌스 프레임워크가 제시하는 본질적인 특성은 이미 시리즈 초반에 언급되었던 ‘IT 거버넌스는 지배 통제이다.’라는 사실이다. 일반 통제와의 가장 커다란 차이점은 판단의 기준이 되는 입력물의 차이이다: 즉, ‘경영 목적’ 대 일반적인 ‘규범/표준/KPI’.

이러한 시각에서 볼 때, EA(Enterprise Architecture) 혹은 SOA(Service Oriented Architecture) 거버넌스라는 명목에서 비즈니스의 표준 아키텍처를 개발하고 이를 준수하는 행위는 낮은 수준(low level)의 거버넌스로 볼 수밖에 없다.

이외에도, 거버넌스 구현 프로세스와 거버닝(Governing) 자체 프로세스의 구분, 협의(부분만을 강조한)와 광의의 차이, 명확한 정의(definition)와 목적 혹은 두드러진 특징만을 강조한 표현들의 구분(보통 X-governance is ~. 로 서술), 효과적인 상위 수준의 거버넌스를 위한 실무 차원에서의 준비 활동 여부 그리고 달성되기 어려운 기대를 만들어 내는 벤더들의 과장된 표현 존재 (예, 낮은 수준의 거버넌스와 상위 수준 거버넌스의 무리한 연결) 등이 거버넌스에 대한 다양한 표현을 이해하고 수용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는 고려할만한 판단 기준들이다.

마지막으로, 개별 기업의 입장 차이에서 혼란을 다스리고자 한다. 일반 기업들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IT 활용 비즈니스 투자(IT-enabled business investment), 즉 가치 창출을 위한 프로젝트들이 이런 프로젝트의 외주 수행을 업으로 하는 서비스 제공자(service provider) 입장에서 바라본다면 전혀 다른 그림이 그려질 수밖에 없으며, 그 반대의 경우도 똑같이 성립한다. 반대의 경우에 대한 단적인 사례로 서비스 제공자가 외주 시스템의 효율적 운영을 위해서 ITIL(Information technology Infrastructure Library)에 기반한 지원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하는 경우, 서비스 제공자 입장에서는 이것이 IT 활용 비즈니스 투자가 될 수 있을지라도, 대다수의 일반 기업 입장에서 보면, 기업의 비즈니스 투자라기 보다는 일부 IT 프로세스의 자동화에 불과한 것이다. 결론적으로 ITIL 기반 지원 시스템 구축은 보편적인 IT 거버넌스에 해당하는 것으로 간주할 수도 없으며, 또한 서비스 제공자 입장에서 보더라도 이의 도입은 하나의 비즈니스 투자 프로젝트에 불과한 것이지, IT 거버넌스 프로세스라고 할 수 없는 것이다.

이제 결론을 이야기한다면, 아직도 IT 거버넌스를 아무라도 개척할 수 있는 황무지로 생각하는, 더욱 솔직히 말하면, IT 거버넌스를 비즈니스화하려는 사람들이 많기에 앞으로도 계속해서 새로운 X-거버넌스들이 탄생(?)되리라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그렇지만, 또 다른 상업적 냄새로 인해서 별로 달갑지 않은 IT 거버넌스에 대한 국제 표준화 소식 -DIS(Draft International Standard) 29382- 을 인용할 필요 없이 20세기 산물인 IT 거버넌스는 오래 전부터 지금의 자리를 지켜오고 있음은 절대적인 사실이다.

결어: 지금까지 IT 거버넌스 연재를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를 드립니다. ‘IT 거버넌스, 황무지인가?’로 시작된 본 연재를 마무리하는 시점에 IT 거버넌스 전도사로서 황무지에 피어난 수많은 거버넌스들 가운데서 옥석을 식별할 수 있는 혜안(?)을 제공해 드리고자 했던 I연재 목적을 어느 정도는 달성했다고 자평하고 싶습니다. 그렇지만 새롭게 발전된 개념이 나오면 연재 성격은 아닐지라도 즉시 함께 나누는 일을 지속적으로 실천할 것을 약속하겠습니다. 또한, 당분간은 새로 시작한 COBIT 연재와 1회에 그치고 있는 IT 보증 연재를 통해서 만나고, 사정이 허락되는 적당한 시기에 다른 거버넌스 패밀리에 대하여 별도의 연재를 시작하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신인철

아이티거버넌스인터내셔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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